내 귀에 개소리 좀 안 들리게 해줄래요?
초세계급 마에스트로. 수십 명의 연주자들을 맨 앞에서 통솔하고 자신의 해석에 따라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사람.
유아기 시절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배워온 그는 타고난 재능과 습득력으로 만 16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타이틀의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 기록을 다수 갈아치우며 저명한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을 얻었으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목의 부상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직접 연주를 하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휘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는 18세의 나이에 다시 무대 위에 서게 되었다. 단, 이번에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지휘자로서.
시작은 지휘자의 부재로 인해 급하게 자리를 메꿔줄 사람을 찾고 있던 합창단. 비록 작은 규모의 대학 발표회였지만,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합창단과 무대 뒤로 사라졌던 어린 지휘자의 등장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평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후 크고 작은 연주회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 이후로도 그의 공연은 남다른 해석력과 끊임없는 발전으로 매번 청중 전원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으며, 그는 남다른 해석력과 끊임없는 발전으로 매번 청중 전원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와 같은 성과로 모치즈키 유리는 지휘를 시작한 지 단 1년 만에 도쿄 필하모니 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발탁되었다. 이후 단 6개월 만에 도쿄 필의 최연소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도쿄 필을 떠난 후의 그는 자신의 악단을 창단하여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개최했다. 그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영향력과 성취를 인정받아 모치즈키 유리는 2050년에 초세계급 마에스트로로 선정되었다. 합창과 관현악 체임버 합주 등, 달리 가리는 종류는 없지만 특히 자신 있는 분야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그의 지휘 아래 모든 연주자가 모치즈키 유리의 악기가 된다는 평가도 과장이 아니다.
- 일본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때문인지 일본인치고는 서구적인 인상.
- 머리카락, 눈, 피부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색소가 옅은 편.
-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은 얇고 곱슬거린다. 정전기와 습기에 취약하다.
- 왼쪽 눈은 라벤더색, 오른쪽 눈은 밝은 옥색으로 양 눈의 색이 다르다.
- 미간이 늘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기 일쑤인 탓에, 타고나기를 동글동글한 이목구비도 마냥 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 외부 활동은 물론, 가끔은 움직이기조차 꺼리는 관계로 생활 근육마저 전무하다.
- 원래부터 말수가 많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나, 모치즈키 유리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고집불통, 히스테릭한 완벽주의자, 순 어린애.
- 주관과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의 황소고집과 만났을 땐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는 항상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기에 바빠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못한다. 변덕이 심한 탓에 차근차근히 설득하면 순순히 구슬려져 넘어갈 때도 있지만,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면 도리어 화를 낼 때도 잦다.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건너는 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으니 직접 지어 버리자 주의인 만큼 의심이 많고 냉정하며 분석적인 면모가 있다. 행동이 조심스럽고 신중해 보이지만 의외로 기분파. 감정 기복이 크다.
- 누구보다도 재능이 있는 인물이기에 그의 기준은 하늘을 뚫는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연주는 있을 수 없는 일. 주위 사람이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로 심한 완벽주의와 낮은 발화점, 상대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화법 탓에 그와 함께한 다수의 연주자가 얼굴을 붉혔다. 모든 것은 완벽, 적어도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에 맞게 사소한 일에도 필요 이상의 노력을 쏟는다. 까다롭고 비위도 맞추기 힘들지만, 이런 성격 덕에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 무대 한가운데에서 압도적인 인원의 오케스트라를 마주하고 있는 어린 지휘자는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그가 정말로 미숙해 보일 때는 다름 아닌 타인을 대할 때. 어딘가 삐뚤어져 있는 성격이라서 눈치가 빠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른 척 넘어가든지, 혹은 일부러 아픈 곳을 후벼 파듯 말할 때가 잦다. 명백하게 악의를 띈 농담도 종종 던짐. 또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에 있어 매우 서툴다. 느끼는 그대로 바로바로 말을 꺼내야 직성이 풀리고, 어마어마한 자존심과 승부욕의 결정체인지라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온몸에서 티가 날 정도로 분통해 한다. 여러모로 성숙과는 거리가 먼 사람.
특이사항
- 흰색 면장갑을 즐겨 쓰며, 맨손으로는 더러운 것을 만지지 못한다. 대회 활동을 할 땐 절대로 벗지 않는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손을 보호하려 하던 습관이 남아 있다.
- 탐미주의적인 면이 있다. 아름다운 게 세상에서 제일이고, 뭐든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게 최고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 예쁜 사람에게 조금 약하고, 외모에 대한 칭찬을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덤덤하게 늘어놓는다. 어찌 보면 속물 같아 보인다.
-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것에 대한 강박증이 있다. 흐트러진 물건이나 옷매무새를 보면 참지 못함.
- 일상에서 들리는 소리마저 0.2센트 단위로 음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음감이 뛰어나다. (반음과 반음 사이는 100센트)
- 소위 말하는 절대음감. 음감뿐만 아니라 청각도 매우 예민한 탓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 힘이 약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사린다. 아픈 건 절대! 질색이고, 엄살도 심하다.
- 구분 없이 존댓말을 사용하지만, 예의 바른 말투에서는 제법 동떨어져 있다.
- 존칭 및 높임법은 죄다 생략되고 어딘가 비아냥거리는 말씨는 마지못해 존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피아노와 무대에 대하여]
완벽에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라서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고 하루의 대부분을 피아노 벤치 위에 눌러 앉은 채 보내며 지독하게 연습만 했다. 독주회를 앞두고 무리한 탓인지 왼쪽 손목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유리는 그럴수록 연습에 몰두하였고 결국 독주회 당일, 계속되는 통증 탓에 산만해진 연주가 성에 차지 않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그만 건반에서 손을 떼어 버렸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평소와 다름 없이 듣기 좋은 연주였기에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음악이 멈췄을 때의 정적, 청중석에서부터 들려 오는 웅성거림, 머리 위를 따갑게 쬐는 조명, 손끝에 차갑게 느껴지는 건반. 이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적잖은 트라우마로 남아 버렸다. 그 후로 생긴 무대 공포증은 덤. 손목이 거의 회복 된 이후에도 그는 관중을 마주 볼 수 없게 되었다. 관중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지휘자라는 직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 또한 이것이다.
[마지막 악장에 대하여]
어디를 가도 마찰을 일으키는 성격 덕에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조용할 날이 없다. 지휘자로서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훌륭한 실력과 경력을 겸비한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횟수가 잦아졌지만. 이들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지휘자가 비판을 일삼으며 왈가왈부하는 것을 아니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불만이 극에 달한 단원들은 몰래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연주회의 마지막 곡, 마지막 악장에서 단원들이 일제히 단상에서 등을 돌리고 연주하기로 한 것. 지휘를 해봤자 그를 바라보며 지휘를 따라 주는 연주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는 손을 내리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휘자 없이도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막을 내린 공연은 겉보기엔 멋지게 연출된 쇼 같아 보였기에 단연 화제가 되었고, 이는 유리가 초세계급의 칭호를 얻은 계기가 되었다.